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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드림

낮은 독서 수준을 부끄러워함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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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독서 수준을 부끄러워함

Haagam1 2016. 3. 13. 14:20

 

<중국 계림>

 

나는 남들 앞에서 독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유식한체 하고, 수불석권이라 문자나 쓰고, 내 블로그에 하루 평균 200여명이 접속하고 누적 접속자 수가 20만이 넘었다고 잘난체한다. 그러나 정작 내 블로그에 내 이름을 적거나 내 얼굴을 올리지 못한다. 내 낮은 독서수준의 부끄러움을 내가 알기 때문이다.

 

오늘 조선일보에서 고려대 독서서클 호박회虎博會 50주년의 기사를 읽고 더욱 그런 맘이 든다.

호박회는 고려대학교 독서모임이다. 1965년 한일히담 반대로 대학가에는 데모가 한창이고, 정부는 휴교령과 조기 방학 조치를 내렸다. 갈곳을 잃은 65학번 고려대 신입생 30여명은 교양학부 강의실을 빌려 독서토론회를 열었다. 황순원의 <카인의 후예>가 첫 작품이었다. 남북 간 이념대립, 토지개혁 등을 주제로 한 토론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고, 내친 기에 정기 독서 토론회를 열기로 하고, 고려대 상징인 호랑이 虎 그리고 박람강기博覽强記의 博을 따서 호박회라 이름을 지었다.

 

반세기를 맞은 호박회가 3월 19일 고려대에서 창립 50주년 기념행사를 연다. 독서 토론회 답게 이들은 이날도 괴테의 <파우스트>를 읽고 토론하기로 했다.

 

김인환, 김명인, 화현산 고려대 명예교수, 윤영대 전 통계청장, 이상수 전 노동부장관, 최광식 전 통계청장, 이상수 전 노동부장관, 최광식 전 문체부장관 등이 모두 호박회 출신이다. 졸업생 회원들은 지금도 재학생 회원 80여명과 3개월마다 책을 읽고 토론을 한다.

 

호박회의 도서목록은 지금도 전통으로 내려온다. 처음엔 선우휘의 <불꽃>과 이범선의 <오발탄>,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등의 문학작품이 많았지만, 플라톤의 <향연>,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 등으로 주제가 다양해졌다.

 

1969년에는 토머스모어의 <유토피아>로 100회 기념토론회를, 1973년에는 피히테의 <독일국민에게 고함>으로 200회 기념 토론회를 가졌다.

 

해금되지 않았던 정지용 시집 등을 필사해 돌려가며 읽기도 했는데, 이명자 시인은 "바래지 않은 잉크 글씨로 남아 있는 필사본 시집이 원본보다 귀하게 남아있다."라고 말했다.

 

빈강의실이나 학교앞 빵집 또는 주점에서 토론회는 열렸지만, 신촌 연세대 학생들과 합동 토론회를 갖기도 했고, 소설가 최인호씨가 연세대 졸업생 자격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喪家에서 밤새 책을 주제로 토론을 해서 주변 문상객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제는 선배들이 지은 책이 토론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김명인 교수의 시집 <파문>, 최광수 전 장관의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이상수 전 장관의 <충무 경찰서 초대 가수> 등이다.

 

국립 중앙박물관장을 지낸 최광식 전 장관은 학보사 기자로 호박회를 취재하러 왔다가 회원이 되었는데, 자신의 인생은 호박회, 박사논문, 박물관이라는 3박으로 이루어졌다 했고, 김인수 강원대 명예교수는 대학 졸업장이 2개인데 하나는 학교 졸업장이고 다른 하나는 호박회에서 받은 상아빛 도장이라며 이 도장은 지워지지 않는 내 영혼의 인감도장이 되었다고 말했다.

 

옯겨 적으면서도 참 부럽고 부끄러운 글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3/12/2016031200174.html